이동통신사들의 외산 휴대폰 도입 정책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외산단말기들의 가격대비 성능이 국내 단말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좀처
럼 진정될 줄 모르는 환율도 부담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외산단말 제조사는 이
통사와의 협상에 고압적 자세로 일관, 이통사 내부에서도 도입 반대여론이 형성되
는 분위기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F는 최근 도입키로 한 외산단말기 물량을 
절반이하로 대폭 줄이거나 일부 모델은 도입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으
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외산단말 도입을 주도했던 SK텔레콤의 경우 이미 협상
이 진전된 상황이어서 부담이 적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산단말기 도입이 주춤한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국내 도입논의가 시작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급등한 환율에 따른 것이다. 지난 연말 잠시 진정되는가 싶던 환율
은 올 들어 다시 등락을 거듭하며 이통사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도입이 확정된 소니에릭슨의 윈도기반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X1'은 도입가가 600달
러 선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최근 환율 1350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80만원을 넘어선
다. 소니에릭슨의 국내지원조직이 없는 상황에서 사후지원(AS)이나 마케팅비용을 
고려했을 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앞서 법인용으로 판매중
인 블랙베리 역시 이메일을 제외하곤 특별한 기능이 없음에도 79만원선으로 책정됐
고, 내달 출시될 노키아의 6210 내비게이터, HTC 터치다이아몬드 등도 동급의 국
산 단말기와 가격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환율 1000원 안팎을 기준으로 외산 단말기를 들여와 국내 단말제조사들의 판
가인하를 유도하려던 이통사들의 계획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여기에는 
외산단말기의 가격대비 성능이 국산에 비해 나을게 없다는 판단도 고려됐다. 이번
에 도입되는 외산단말기는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애플 아이폰을 제외하고는 삼
성전자, LG전자의 최신 제품과 비교해 뚜렷한 기능ㆍ디자인ㆍUI 측면의 경쟁우위
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얇고 가벼우
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의 휴대폰을 선호해왔다"면서 "외산휴대폰은 국산에 비
해 UI나 디자인이 투박해 큰 인기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입장에서도 비싼 값을 주고 익숙하지 않은 외산제품을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이통사 내부의 여론도 부정적으로 선회하고 있다. 실물 경기침체로 심화
되면서 긴축경영 기조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데다, 최근 CEO 교체 이후 합병논의나 
컨버전스 등 통신시장의 경쟁구도가 급변하면서 이통사 경영방향 전체가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있다.

게다가 SK텔레콤과 KTF가 경쟁적으로 도입하려는 애플의 경우, 지나치게 고압적 자
세로 일관하며 무리한 요구조건을 제시, SK텔레콤이 KTF에 아이폰을 도입하지 말자
는 의견까지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산단말기의 경쟁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외부여건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국내 이통사끼리 출혈을 감수하고 도입에 나설 경
우 그 여파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훈기자 hoon21@